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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누가 촛불을 끄려 하는가
글쓴이 연구지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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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8-07-10 00:00:00

누가 촛불을 끄려 하는가

김현돈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원장(제주대 철학과 교수)


이문열이 또 입을 열었다. 이문열은 촛불 집회를 철부지들의 '불장난'으로, 누리꾼들의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을 '범죄행위, 집단난동'으로 매도했다.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음모에 대해선 '정부의 대변인 역할도 할 수 있는 공영방송' 인사권을 두둔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도 '사회적 여론조작'이 개입된 것이라며 입심을 자랑하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정부가 아직 시행하지도 않은 정책을 전부 반대하는' 촛불시위는 '집단난동'이고 '내란에 처했을 때는 의병이 일어나는 법'이라고 선동하는 대목이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정부의 대변인'으로 규정하는 그는 아직도 저 5공 시절의 땡전뉴스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잘못된 국정운영과 실정 탓으로 돌리지 않고 '사회적 여론조작'(대체 누가, 어느 집단이 여론조작을 했다는 것인가!)운운하는 것은 몰상식하고 무책임한 망동이다. 누리꾼들이 주도하고 있는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은 막대한 광고비가 상품가로 전가되는 실정에서 정당한 소비자 운동이 아닌가.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촛불을 밝혀들고 광장에 나온 1백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외침을 '난동'이라고? 구한말 나라가 일제에 빼앗길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의병들이 궐기했다. 그들은 맨 몸에 죽창을 들고 풍전등화의 조국을 지켜보겠다고 신식 무기로 무장한 일제에 대항했다. 지금이 '내란'이고, 의병이 일어날 때라는 그는 의병운동의 역사적 사실마저 몰각하고 있다. 현실인식은 천박하고 역사의식은 빈곤하다. 한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의 의식수준이 고작 이 정도인가. 한 지식인의 자기파탄이 극에 달했음을 목격한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촛불집회를 '좌파가 주도하는 비이성적 굿판'이며 '천민민주주의'로 매도했다. 천민자본주의라는 말은 있어도 천민민주주의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수적 다수에 기댄 민주주의가 변질되면 중우정치가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명백한 개념의 오용이다. 지금의 한국 민주주의가 천하다면 그건 전적으로 주 의원 같은 천한 국회의원이 금뱃지를 달고 비싼 세비를 타먹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다수의석을 점한 한나라당이 정부와 한통속이 되어 미국에 굽신거리고 국민의 먹거리 하나마저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하는 대의정치의 무능함 때문이란 걸 알았으면 좋겠다. 술 취해 입을 열면 폭언이요, 맨 정신으로 입을 열면 망언이다. 입을 닫고 있는 편이 백번 소속 당을 도와주는 일이다.

촛불을 밝혀들고 거리에 나선 국민들은 단지 미국 쇠고기 수입만을 탓하지 않았다. 그것이 촛불의 촉매가 되긴 했지만 국민들은 환경재앙을 불러올 것이 뻔한 한반도대운하 추진계획과 아이들을 극심한 경쟁의 나락 속으로 내모는 0교시 수업, 야간자율학습, 우열반 편성, 영어몰입교육 등 교육문제, 수돗물과 국민의료보험 등 공기업 민영화,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려는 시대착오적인 방송장악 음모 등 출범 1백일 동안 이명박 정부가 보여 온 총체적인 실정을 참다못한 불만을 촛불에 지펴 광장으로 끌고나온 것이다.

정부와 극우인사, 언론이 한 목소리로 촛불에 지펴진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 아직 촛불을 끌 때가 아니다.



- 한라일보 목요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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