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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오승주비상임연구원의 신간 『공자, 사람으로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소개
글쓴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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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11-14 09:19:01


공자사람으로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글라이더)는 공자의 아름다운 전통을 본받아 논어의 민주화를 시도하려고 한 책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논어의 민주화'에  관한 짧은 생각을 실어 봅니다.


육예의 민주화와 논어의 민주화

 

공자가 육예(六藝)(시경(詩經), 서경(書經), 예기(禮記), 악경(樂經), 춘추(春秋), 주역(周易))를 창작했다는 주장과 전할 뿐 창작하지 않는다고 공자 스스로 밝힌 술이부작(述而不作)(술이7)’의 상반된 주장은 공자의 말이 옳다는 것으로 증명이 되고 있습니다. 일명 공자의 육예창작론은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옛 성현을 말을 빌리는 수법인 중언(重言)일 뿐만 아니라 공자를 신격화하려는 욕망의 표현일 뿐 그 이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공자를 신격화하는 까닭은 다름 아닌 지식의 독점을 더 견고히 하기 위함입니다. 이것은 공자가 가장 싫어한 일입니다.

 

공자는 육예를 끊임없이 살펴봤으며 제자들을 가르칠 때도 육예를 주로 썼습니다. 육예와 공자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공자가 육예를 창작했다고 주장할 때 가려지는 두 가지 진실은 몹시 뼈아픕니다. 첫 번째는 공자가 육예를 일반 백성들에게 열어주었다는 점입니다. 알다시피 공자의 초기 제자들은 귀족보다 평민이 많았습니다. “배움이 있는 곳에 차별이란 있을 수 없다”(유교무류(有敎無類), 위령공38)는 말에도 잘 나타나 있죠. 물론 공자의 제자들은 평민 중에서도 엘리트였습니다. 매일 고된 노동을 하느라 공부의 기억자도 생각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중세에 성직자들이 성경의 지식을 독점했듯, 공자 시대의 귀족들은 외부와는 철저히 차단한 가학(家學)으로서 육예를 전파하고 있었습니다. 공자가 육예를 일반 백성들에게 힘껏 열어주었기 때문에 당시 엄청난 공부 열풍이 불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육예의 해석입니다. 기존의 육예 지식은 폐쇄적으로 전수되었기 때문에 그 해석 역시 폐쇄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읽어도 아무 감흥이 없었고, 귀족의 자제들은 의무적으로 외워야 하는 지식이었기에 확장의 여지는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자는 용감하고 독창적으로 해석했습니다. 공자는 육예의 독창적 해석 때문에 당시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경전의 뜻을 제멋대로 전한다는 당시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공이 말했다. “백성들로 하여금 가난하면서도 아첨함이 없고, 부유하면서도 교만함이 없게 하면 어떻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괜찮으나 가난하면서도 음악을 좋아하며,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자공이 말했다. “시경에 말하기를 자르는 듯하고 미는 듯하며, 쪼는 듯하고 가는 듯하도다라고 했으니 이것을 말한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 자공의 이름)는 비로소 더불어 시를 말할 만하다. 효과를 알려주니 유래를 아는구나.”

논어, 학이(오규 소라이, 논어징(소명출판) 번역 참조)

 

일반인에게 육예를 열어주고, 해석의 길까지 열어주었기 때문에 중국은 제자백가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감히 육예의 민주화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하지만 공자의 후손들은 이런 아름다운 전통을 살리지 못하고 폐기했습니다. 경전이 민주화될수록 권력이 분산되기 때문입니다.


정신이 가장 맑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쉽게 논어를 풀어 썼지만 공자를 신격화하려는 관습을 벗어나 인간 공자를 되살려보고자 했습니다지난 18년 동안 논어를 읽으면서 매일같이 구절 하나를 생각하고베끼고때로는 mp3 파일로 들으면서 그야말로 논어에 미친 사람처럼 살았습니다적지 않은 논어 해설서를 보면서 공자 신격화에 기여하는 책보다는 인간 공자를 되살리려는 책을 하나씩 소중히 찾았습니다인간 공자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춘추전국시대에 대한 폭넓은 이해도 필요했습니다. 

춘추좌전오월춘추사기본기사기세가 등을 분석해 춘추전국시대의 국제 정치 상황을 이해했고노자장자묵자한비자순자안자춘추 등 공자에 대한 비판적인 철학자들의 저서들을 통해 논어와는 다른 관점에서 공자의 생각을 이해했습니다미야자키 이치사다 같은 역사가의 논어 해석고문헌의 대가 리링 교수의 문헌학에 기반한 논어 읽기오규 소라이 등의 비판적 논어 읽기최술의 고증학적 논어펜이라는 메스로 논어를 해부해서 마치 논어 인체를 그려놓은 듯한 진대제의 공자의 학설을 통해 논어의 논리적 구조와 철학적 체계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H.G.크릴 같은 외국 학자가 우리와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공자의 모습동서통합철학 또는 비교철학적 관점으로 세계철학 속의 공자의 위상을 조망해보려 시도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논어’ 검색어를 한번 쳐보십시오논어가 자기계발서로 읽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이것은 공자와 논어에 대한 또 다른 신격화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저는 논어만큼은 자기계발서로 소비되지 않기를 바랍니다이것이 가능하다면 다른 인문고전 역시 자기계발서의 개미지옥으로부터 꺼낼 수 있을 것입니다.

 

                                                                                                                                                     2018.11.14  오승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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