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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서평 아스만, <기억의 공간>(김진숙)
글쓴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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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04-28 04:34:11


기억의 공간

기억의 공간은 독일 문화이론의 거장 알라이다 아스만의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문화적 기억의 과제는 무엇이고, 문자나 그림 혹은 기념비 같은 문화적 기억의 매체가 역사적기술적 관점에서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또 정치나 학문, 예술을 포함한 저장된 지식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하는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기능기억과 저장기억

저자는 활성적 기억과 비활성적 기억을 통해 문화적 기억과 역사적 기억이 다르다고 역설한다. 전자는 기능기억으로서 제의적 형식을 통해 세대에서 세대로 학습되어 가는 기억이며, 후자는 저장기억으로서 기록물보관소, 박물관처럼 전문가에 의해 관리된다. 역사와 같은 저장기억은 역사가에 의해 그 판단이 이루어지지만 기능기억은 그 문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활성적 기억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억과 역사를 양극으로 보느냐, 동일시하느냐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은 활성적 기억과 비활성적 기억의 관계를 회상과 기억의 두 가지 상보적 양태로 파악하는 데 있다고 했다. , 역사 학문의 광활한 지붕 아래 그런 비활성적 유물들과 유품들은 보존되어 있다가 다시 기능기억과 새롭게 연결된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두 기억 간의 유동성을 암시한다.

저자는 기능기억을 설명하면서 기억은 의미를 발생시키고, 의미는 기억을 고정하면서 의미는 항상 구성의 문제이자 나중에 부과된 해석물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저장기억은 무정형의 덩어리로, 사용되지 않고 정돈되지 않은 기억의 마당이라고 한다. 이 기억이 기능기억을 둘러싸고 있으며, 기능기억의 배경을 만든다고 한다. 따라서 이 둘을 이원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점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한다.

 

기능기억과 저장기억, 그리고 0416

기억은 보통 시간과 함께 퇴색되어 간다. 당시에는 아무리 특별한 사건이었다고 할지라도 아련하게 좋거나 나쁜 느낌만 남긴 채 대개는 잊힌다. 물론 이러한 느낌 역시 고정된 것은 아니며 새로운 경험이나 해석과 만나 기억에 대한 의미나 느낌이 바뀌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시간과 함께 기능기억이 저장기억으로 내려가기도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어떤 경험과 만나서 저장기억이 기능기억으로 올라기도 하는 것이다.

기억이라고 하면 3년 전, 416일의 그 날이 떠오른다. 우리사회는 우리는 아직도 이 날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하고 있다. 그날 어떤 일이 있었고,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경과를 거쳤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3년의 세월이면 탈상도 하고 슬픔이 다소 옅어질 만도한데 도무지 그날의 먹먹함, 어처구니없는 심정은 3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생생하기만 하다.

아스만의 견해를 빌리자면, 0416은 전문가에 의해, 무정형의 덩어리로 정돈되지 않은 기억, 비활성적 기억, 즉 저장기억으로 남겨두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와 다르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0416을 활성적 기억으로, 세대에서 세대로 학습되는 기억으로 남기고자 하며,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의 여러 모순 중에서도 특히 0416을 둘러싼 서로 다른 견해들이나 갈등(?)들은 이처럼 0416 기억에 대한 입장이나 견해의 차이 때문은 아닐까?...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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